나는 그를 위선자로 기억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가시지 않는 이 기분을 기록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모든 일은 꿈 속에서 벌어진 일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로부터 한발치 떨어져있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고 전시를 보고 길을 걷는 동안 나는 그 어떤 것에라도 온전히 몰입할 수 없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Y를 향한 감정은 몇 시간을 간격으로 변해갔고 이해, 포기, 분노를 거쳐 걱정에 달했을 때 Y의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일종의 불길한 기시감을 느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애써 무시했던 사소한 복선들이 떠올랐다. 버스에 내려서 Y의 집으로 가는 동안 온갖 생각을 했다. 죽어있으면 어떡하지, 119에 신고하면 되는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계단을 오르느라 숨이 가빠졌는지 심장이 빨리뛰어서..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