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자기소개서 따위나 쓰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아빠의 고모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내 할아버지의 둘째 동생이고 이제 그 5남매 중 막내 여동생만 남았다는 것밖에. CSI나 Medium 같은 미드를 하루에도 몇편씩 보면서 이름을 알고 있는 이의 죽음은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다. 그러면서 나는 이 삶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자소서라는 것이 과연 정직한 것인가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는 식이다. 아빠가 돌아오시면 고모할머니는 어떤 분이었는지 여쭈어 보아야겠다. 어떤 나무가 꽃모양의 나이테를 가질 수 있을까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