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04. 넷째날 페리포트 그린게스트하우스는 작은 규모에도 공간을 잘 구획해 놓아 컴팩트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1층은 로비과 거실, 3층은 주방과 샤워실, 2층과 4층은 객실이었다. 성수기에는 숙박하는 인원 수에 비해 시설은 좀 부족하지 않을까 했지만 가고시마에 성수기가 있을까 싶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오는 사람 막지 말고 인연 한번 만들어 보자' 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소를 게스트하우스에 도미토리로 예약했다. 하지만 하루 머물며 잠만 자기엔 인연이란 것을 만드는 의미와 만들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3일째 밤에 깨달았다. 2층 침대의 외국인이 밤새 뒤척거려 덩달아 나도 뒤척이다 깼고 약기운에 욕도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조금 잠잠했다. 욕이란 것은 언어의 장벽이 없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더보기 03. 셋째날 다카치호 탈출 글머리를 다카치호 탈출이라고 적게 된 것에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렇게 이름 짓게 된 것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전날은 숙소에 체크인 하고 나와 슈퍼를 찾았으나 거리의 가게들이 지나가기 무섭게 문을 닫아 20분 만에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다. 숙소 카운터에 '가까운' 슈퍼를 물어보니 시계를 보고 7시가 지난 것을 확인한 후 A-Coop이란 마트를 알려줬다. 맥주 하나 사자고 헉헉대며 언덕을 넘어가면서 '그래, 천손강림의 마을이랬으니 신들이 내가 술을 멀리하도록 돕는 것이구나'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족히 A-Coop 규모의 3배는 되어 보이는 파칭코 업소를 봤다. 하루를 마감한 고요한 마을의 파칭코는 유독 그 기세가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가쿠라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A-co.. 더보기 02. 둘째날 까마귀 구마모토역에서 본격열차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고자 숙소를 조금 일찍 나섰다. 다음날 일정이 있으면 잠을 제대로 못자는 탓에 6시 반 즈음에 나왔는데 어제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KⅡHOTEL이 위치한, 중심가라고 표현했던, 그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 같은 곳으로 전날의 취객을 거리에 다 게워낸 모습이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에는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과 (전날의 술자리를) 아침까지 해결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고 아직 술이 덜 깬 듯한 사내는 쿠마몬 형상의 조명을 노려보기도 했다. 청소차가 거두어가지 않은 쓰레기가 한 구석에 쌓여있었는데 까마귀 대여섯 마리가 쓰레기 봉지를 쪼아대고 있었다. 히이익- 까마귀다- 까마귀! 컸다! 조금 무서웠다. Sanfrancisco.. 더보기 01. 첫째날 기내에서 가고시마행 비행기는 오전 8시 반이었다. 일기예보에서는 그 전날부터 눈을 예보했지만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떄문인지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를 믿지 않았기 때문인지 나는 일정에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발은 금요일이었는데 목요일엔 당연하게도 야근을 했고 퇴근후에 짐을 싸는 바람에 잠은 거의 못잤다. 한 두시간 잠깐 눈 붙였을 뿐인데 창밖이 새하얗게 되어있었고 '오옷 정말 눈이 오네' 하고선 집을 나섰다.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20분 지연을 얘기해주었기 때문에 20분 정도의 여유를 더 갖고 공항을 돌아다녔다. 강설의 공항은 처음이었는데 색다른 풍경이었다. 밖은 엄청나게 춥고 위험한 곳인 반면 탑승 대기장은 평화로웠고 누군가는 들뜨고 누군가는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 더보기 00. 시작하는 말과 계획 시작하는 말 여행을 다녀와서 이제는 남을 위한 글을 쓸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일 수도 여행을 결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반대가 되어 결심을 접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이번 여행의 깨달음은 나에게도 실로 뜻밖의 것이었다. 여행중에 일기는 매일 썼지만 일기를 쓰면서도 한국에 돌아가면 블로그에 다시 옮겨 적어야 할지, 구지 찾아오는 사람 없는 블로그에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내가 왜 해야할지를 고민했던 건 첫째로 나 또한 다른 여러 블로그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인 것과 둘째로 닷짱 때문이다. 특히나 '혼자 하는 여행길'에 다른 이의 '혼자 했던 여행기'를 읽는 것은 내가 할 삽집이.. 더보기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