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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언어

Homecoming

요즘은 참 다양한 뮤직비디오들이 나온다. 거기엔 그 다양함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 탓도 있다. 한 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 신인 밴드의 첫 뮤직비디오는 무조건 어느 창고 같은 곳을 빌려서 노래하고 두들기다 끝났다. 허긴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땐 '저런 게 뮤직비디온가 보다' 하고 보았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18번이었나 MTV를 켰는데 콜드플레이의 YELLOW가 나오고 있었다. 영상은 채 해가 뜨지도 않은 푸르스름한 바닷가에서 크리스 마틴이 노래를 부르면서 흔들거리다 끝난다. 나는 마치 링의 어느 장면처럼 (절대 그렇게 무섭단 뜻은 아니고) 무릎을 다소곳이 꿇은 채 바라보았을 정도로 아니고 '응시'했었다. 지금 보아도 그것은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굳히는 버릇이 있다.

워낙 뮤직비디오란 매체 자체를 나는 좀체 보기 어려워한다. 꼭 무언가를 하면서 음악을 들어온 버릇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서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여간 좀이 쑤시는 일이 아니다. 몇 달 전만 해도 투피엠의 뮤뱅 녹화본을 다운받아 '멍청히' 앉아 입 벌리고 본 것은 절대 설명할 길이 없지만 이젠 그럴 일도 없다. 여튼 앵벌이에게도 들어보라 권했던 Yeasayer의 뮤직비디오는 최근 나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들의 영상을 기꺼이 현대미술의 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해도 토달지 않을 것이다. 우수한 작품성에 정확히 백 퍼센트인 노래의 싱크로율까지 짝짝짝이다.

그건 그렇고 여기 Homecoming은 바락바락 지를 가사 하나 없지만, 건반을 찬찬히 누를수록 이어 붙인 이미지도 하나하나 맥없이 넘어가는게 꼭 사람을 붙들어 맨다. 이리도 집에 가는 길이 쓸쓸했던 적도 있으려나 싶은데 있었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