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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언어

책의 주기

 

당분간 조경란씨의 책은 살 것 같지 않다. 

대학 도서관에서 시작해 작가를 알게 된 지가 칠팔년이 되어간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밖 한국현대문학의 세련미에 반했고 때마침 국자이야기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리노베이션하기 이전에 중앙도서관은 나무로 만들어진 서가들로 빼곡했다. 아침의 따뜻한 햇살과 누렇게 변색된 벽, 나무 서가는 내가 학교를 일찍가는 유일한 이유였다. 채 정리 되지 않은 책들을 보면서 다른이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도 궁금했다.

나는 사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조경란작가는 사물을 이야기함에 있어 사람과 공간을 함께 다루는데 탁월하다. 예를들어, 국자와 부엌과 엄마 혹은 달과 옥상과 아빠. 우리의 기억이 혹은 기억이 시작되는 이야기가 사람, 공간, 사물 이 세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아름답고 가능성이 많은 일들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싶다. 삶의 태도를 무던히 바꿔가며 십년을 주기로 다른 사람이 되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여섯번정도 바꾸다 보면 그때쯤은 굉장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그녀의 소설은 급작스레 늙어버린 인상을 주었다. 그러니까 나와 다른 궤도를 도는 주기가 아주 긴 행성을 떠올렸다. 다시 그의 책이 보고 싶어진다면 우리는 다시 만난거라고 생각하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