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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일곱번째 손님

나는 아빠 덕분에 컴퓨터를 또래보다 일찍 접했다. 사촌동생들을 보면 알겠지만 그 또래 애들은 컴퓨터로 인터넷을 한다거나 하는게 아니다. 게임을 한다. 나는 딱지치기 하면 좋을 사이즈의 플로피 디스크를 구해가며 게임을 곧잘 했는데 어느날 아빠가 컴퓨터를 사오셨다. 처음으로 컴퓨터는 컴퓨터지 SAMSUNG이란 로고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동그랗고 반짝거리는 CD라는 것에 게임이 들어있다 했다. 내가 그때까지 해온 DOS용 게임은 방향키와 스페이스 바가 전부였는데 CD게임의 해골손은 나를 저택의 구석구석까지 이끌었다. 그것은 번들 게임으로 딸려온 <7번째 손님>이었고 엄청난 그래픽과 사운드로 그 시절 내가 열망한 판타지의 전부였다.  

하지만 으레 추억이나 어린시절의 기억이란 것들은 명확하지 않은채 어렴풋한 분위기 정도만 남기기 때문에 십년이 지났을 때는 내 머릿속에는 게임의 이름이 남아있지 않았다. 언덕의 저택을 설명하자니 누군가는 <사일런트 힐>을 말했고 누군가는 <베르사이유 1685>를 말했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게임에도 해골손은 없었다. 내 기억이라지만 그 기억의 일부들이 꼴라주되어 만들어낸 허상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매일 챙겨보던 <낢이 사는 이야기>에 해골손과 저택에서의 퍼즐을 이야기 할 때 나는 숨을 죽이고 스크롤을 빠르게 내렸다. 드디어 게임의 이름을 찾은 것이다. 


7번째 손님_다이닝 룸


비틀 쥬스_다이닝 룸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비틀쥬스>다. 팀버튼 영화의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그 중 비틀쥬스가 단연 최고다. 미닫이 대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던 외할아버지 댁에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리모콘 없이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바꾸던 나무 프레임의 티비였다. 한 방에서 엄마 아빠는 다 자는데 나만 깨어 있었고 크레딧이 끝나고 다음 광고가 나올 때 까지 무언가 홀린 듯 봤다. 7번째 손님과 비틀쥬스의 다이닝 룸은 꽤 닮아 찾아보았다. 모두 귀신인 것도 게임 플레이어를 합치면 모두 7명인 것도 나름의 공통점을 두루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두개가 아무 연관이 없다해도 어쨌든 나의 성향이 이쪽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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